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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

'커피전성시대' 차 마시기를 다반사하라

입력 2012.03.16  10:36:33오정근 코치 | ojikojik@naver.com  

[프라임경제] 우연히 ‘커피브레이크(coffee break)’와 ‘티타임(tea time)’이란 말의 유래를 듣게 되었다. 영국에서 건너온 미국사람들은 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티타임을 즐겼다고 한다. 홍차와 비스켓을 들면서 여유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영국에서 수입하던 홍차에 관세를 높여나가자 결국 미국은 이에 저항하며 영국과 전쟁까지 불사했다. 이른바 보스턴 티파티 사건이다.


마침내 미국인은 독립국가를 이룩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1776년 7월14일의 일이다. 미국인들은 즐겨 마시던 홍차를 포기하고 대신 커피를 택했다.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에도 신생국가임을 각성하자는 의미에서 ‘브레이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녹차 계통만 주로 마신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면 뇌가 각성되어 그런지 잠을 설치곤 하여 아예 커피를 삼간다. 하지만 원두커피 내릴 때의 진한 커피향은 몹시 좋아한다. 특히 이른 아침의 원두커피향은 내 몸을 깨우고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에 가깝다. 2011년 연간 커피원두 수입량이 13만톤이며 해마다 5000여 톤씩 수입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수입 금액으로는 연간 5억달러를 넘어섰다. 커피전문점 역시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커피시장은 3조원을 웃돈다는 평가다.


커피전문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커피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게다가 들고 다니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유행하면서 시대문화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커피소비량 통계에 의하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당 347잔을 마신 규모이고, 15살 이상 인구로 보면 한 사람당 521잔을 마셨다고 하니 그야말로 엄청난 소비량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대중화된 것은 미국문화에서 연유됐다. 한국동란 이후 주둔한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민간으로 흘러 들어왔다.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자연스레 커피문화가 확산되었다.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이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코드와 잘 맞아떨어졌으리라. 게다가 수험생들도 커피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은 왜 커피 마시기를 밥 먹듯 할까? 어느 식당을 가든 커피자판기가 없는 곳이 없다. 밥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녹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 아쉽다. 커피와 달리 녹차의 카페인은 2~3시간이면 쉽게 배설되기 때문에 몸에 훨씬 좋다. 녹차에는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데아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녹차의 데아닌은 단맛을 지니고 카페인은 쓴맛을 지닌다. 탄닌이라는 성분은 떫은 맛을 띠면서 항산화 작용 즉 노화를 방지해준다. 게다가 역학조사 결과 녹차를 상용한 암환자에게는 재발율을 9배나 낮춰준다고 하니 녹차를 더 자주 마실 이유로 충분하다.


불가에서 선 수행을 하면서 졸음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도 차를 마셨다. 차나무의 뿌리는 직근이다. 대부분 나무뿌리는 땅속 옆으로 퍼져나가는데 반하여 차나무 뿌리는 땅 속 깊이 파고 든다. 그런 이유로 차나무는 심지 깊은 선비정신에 비유된다. 게다가 차나무는 옮겨 심으면 여간 해서는 살지 못한다. 마치 여인의 절개를 상징하듯 고고한 품성까지 지녔다. 그러니 불가에서 차나무를 귀하게 여길 법도 하다.

  
 
다반사(茶飯事)란 말의 원 뜻은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듯이 흔히 하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불가에서 ‘선 수행하기를 다반사로 하라’는 뜻에서 그 말이 유래하지 않았나 싶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전남 보성에서 차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쓰럽기 그지없다. 각성도 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우리 차 마시기를 다반사로 하면 어떨까?

오정근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기업체 전문강사 / 심리상담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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